책소개
‘그런 질문’은 천일야화(千一夜畵)다. 물론 왕과 하룻밤 잠자리를 하고 죽을 처지였던 처녀 셰헤라자데가 샤리아 왕에게 들려준 천 하룻밤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시다시피 그녀가 매일 밤 지어낸 이야기는 시리즈물 드라마처럼 이어졌고, 왕은 설화, 섹스, 죽음 등으로 전개되는 흥미진진한 후속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하루씩 그녀의 죽음을 미룬다.
‘그런 질문’은 천일야화(千一夜話)처럼 목숨을 건 적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독자들을 빠져들게 할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구멍도 없다. 그저 그런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는 지루하고 따분한 이야기다. 대신 매번 다른 질문이기를 스스로에게 약속하며 천 개의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가보기로 했다.
인생의 많은 답은 좋은 질문 속에 있다. 나는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매끈한 직선이 아닌, 대지의 선물인 곡선을 따라 걸으며 나와 세상 사이에 무한접점을 만든다. 거기엔 수다 같은 그렇고 그런 질문과 느리게 쌓이는 4호 작업이 있다. 인생의 많은 답은 좋은 질문 속에 있다. 아쉽게도 나의 질문은 무디어 핵심을 찌르지 못한다. 그래도 매일 바보 같은 질문을 하며 어제와 다른 나를 불러 세운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갈 때 막대기 하나 손에 쥐고 걸으면 의지가 된다. 길고 지루한 인생길에 막대기 하나쯤 있으면 의지가 되는데 4호 그림이 그렇다. 캔버스 4호는 구멍난 녹색 수술포다. 구멍의 크기는 24.2×33.4cm이다. 그곳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내 안을 들여다본다. 하루에 한 번 24.2×33.4cm 구멍에 집중하며, 앞서 본 구멍들을 퍼즐처럼 맞추며 세상과 나를 알아간다. 지금까지 그려 놓은 그림을 맞춰보지만,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10년간 매일 하나씩 집중하며 그려가다 보면 뭔가 내 앞에 살짝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런 질문’은 샛길이다. 그 길은 길 아닌 길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그런 길은 보이지도 않고 보이더라도 잠깐 눈길만 줄뿐 멈춰 서거나 발길을 들여놓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그 길은 일탈이며 시간 낭비일 뿐이다. 나는 어린아이 때부터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그리고 커서는 학교에서 알려주는 주입식 교육에 흥미를 잃고 멍하니 잡생각에 빠졌다. 이후로도 질문이 없는 교육 사이에서 잡생각은 계속되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잡생각이 나의 길이 되었고, 그 길에서 호기심을 갖고 작업에 빠졌다.
'그런 질문'은 물수제비다. 한가로이 강가를 걷다 둥글고 납작한 작은 돌을 찾아 힘껏 던지면 수면 위를 날다 이내 가라앉는 것처럼 그런 질문이 꼭 그렇다. 운이 좋으면 물수제비가 한참을 미끄러지듯 그런 질문도 일상의 무언가를 건져 올릴 수도 있다. 흔적 놀이는 물수제비 놀이처럼 아침부터 하릴없이 멍 때리다 텅 빈 캔버스에 끄적거린 무엇이다. 이걸 뭐라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냥 이대로 좋다.
매일 한 개씩 그리는 작업 ‘그런 질문’이 딱 그 모양이다. 밖을 향해 때론 내면을 향해 질문 같지 않은 그런 질문을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질문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도 목적 없이 휘적휘적 팔을 뻗듯 계속 질문하다 보면 ‘아! 이게 나였네’ 하며 가끔 웃는다.
집을 나선 순례자들은 길 위에서 인생의 답을 듣는다. 그렇다면 그 길이 끝난 후엔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 아마도 길이 끝나면 거기엔 또 다른 길이 기다리듯, 뭔가 달콤쌉싸름한 새로운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질문’ 작업을 시작하면서 질문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 작업을 길 위에 던졌다. 그러자 등기우편으로 답을 보내왔다. 포장지를 뜯으니 그 안에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그래도 질문은 계속된다." 그렇다. 아이같은 '그런 질문'은 노인이 되어서도 계속되어야 한다.
목차
들어가는 글
그런 질문_김태헌
그런 질문 I
내 그림은 누군가를 위해 차린 밥상이다 / 나는 낡은 신발을 잘 못 버린다 /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 밤이면 내 안엔 두 개의 달이 뜬다 / 뻘짓 / 네가 알긴 뭘 아냐고? / 안 좋은 느낌 쪽으로 가야 인생이 즐거운 거야 / 옛것과 새것의 동거 /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 의미 없는 것들을 위한 즐거운 수다 / 어디까지 갈 수 있니 /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 숲이 부르는 소리 / 편집된 기억 I / 인생이 안개 속에 갇혀 답답할 때가 있었다 / 아는 게 힘이다 / 그래도 모르겠다 / 오늘도 저지레 / 자화상 I / 라떼는 말야 / 기념촬영 I / 놀자 / 나는 짜거나 매운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 한국식 교육-장손 만들기 / 격실이 많은 배는 침몰하지 않는다 / 다 잘 될 거예요! 항상 응원합니다! / 그냥 그럴 때가 있어 / 웃음은 인생 명약이다 / 미키미키-모택동 / Will be /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 기념촬영 II / 금강 알사탕 / 자화상 II
그런 질문 II
모든 게 길이다 / 붕붕 놀자 / 인생 뭐 있어! 좀 모자라야 남는 거지 / 이 좋은 세상에서 / 제주 산지천 지킴이 / / 악몽 / 아버지와 수석 / 시치프스의 정원 II / 오래된 초상 / Into the world / 붕붕-마당 / 철들 무렵 나는 신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 그래도 불알 두쪽은 챙겼구나 / 기념촬영-한국식 교육 / 떨어진다 / 예술이 별것 아니란 걸 알게 되는 순간, 예술은 예술이 된다 / 왜 나는 내가 아니어도 나인가 / 다음 단계로 / / FREE WAY / 인생도 예술도 삑사리 / 바로 지금 여기 / 최대한 게으르게 / 검은 말 / 분명 힘들 거예요 / 춤추는 숲 / 짐이 많으면 여행이 거추장스러워지고 없으면 불편하니 삶도 그렇다 / 두 개의 자화상 /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 풍경 속으로 뛰어들다 / 그림아 놀자 / 붕붕-복사꽃 / 별이 되어 / 평범한 그림? / 무의식에 잠재된 오랜 기억 / 참 잘했어요 / 박 터지게 살자 / 펑펑 내려라 / 장군님! 무더위에 잘 지내시죠
그런 질문 III
가끔 이럴 때가 있어 / 좀 다르면 어때 / 왕복운동 / 깜짝 방문-키리코 작품 / 커피맨 / will be / 영우와 소피 마르소 / 이젠 상관없잖아 / 오리 날다 / 호우시절 / 태양의 제국 / 가끔은 몰라도 돼 / 소름끼치는 밝은 낮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누가 정면을 두려워하랴 / 즐거운 나의 집 / 오동나무를 그리워하다 / I am here / 인생은 구르는 거야 / 이삭줍기-기억 / ART AGAIN / 그럴 수도 있지 / 잊혀진 시간을 복원 / George Condo / 유령 / 저절로 그려진 그림 / 흔들리는 깃발 / / 세발 자전거 / 7월의 노래 / 버티기 / William Kentridge / 편집된 기억 II / 같은 길 보다 다른 길 / 일없이 / 나는 매일매일 실패를 한다 / 오월의 손님 / 질문 있습니다 / 우리는 언제나 말이 통할까 / 자화상 III / 마당에서-자화상 / 붕붕 / 별꿈 달기 / 1923년 인도 신문 광고 / 긴긴 겨울 / 이것도 그림이래요 / 양말만은 양보 못해 / 저 너머 / 마씨와 기합든 장씨
그런 질문 IV
달빛 자화상 / 자화상 IV / 떨어지다 I / 나를 죽이고 나를 살리는 / 밤을 돌리는 팽이 / 꿈과 밥 / 오래된 습관이 나를 가두고 / 라라 k-land / 건드리다 / 밤의 산책자 / 아무것도 안하고 / 가끔은 너의 위로가 필요해 / 늙으면 추억이 밥이다 / 일마다 배움이요 / I / 백석 / 한자공부- / FALL / 남한강 여주보 전망대 / 연주 그리다 / II / 자화상-구라쟁이 / 하늘은 높고 팝콘이 땡기는 날 / 인왕산 / / 아홉개의 달-남한산성 미래 / 봄아 가지를 마라 / 소풍-기억 / 떨어지다 II / 당신의 자랑 / 마당의 시간-오매 단풍들었네 / 확장하는 생각 / 경안천 유령 I / 마당의 시간-다알리아 / 조용히 어딜 가시나 / 그림 속 그림 / 치앙마이 타페에서 / 커피 / 여행자들 / 미키미키-밥말리 / 다섯 개의 눈물 / 관광객들 / 모창과 모작 / 질문 없습니다 / 인물화 / 일출 / 치앙마이 핑강 인근에서 / Flo Coffee Brewers에서 / 인생길 앱 / 호이안에서 / 매일 매일이 처음이다 / 월광 소나타 / 길 위에서
김태헌의 그런 질문_미술평론가 류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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