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피라미드
“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현존하는 창작인들 중에서 코스믹 호러를 가장 예술적인 경지로 끌어올린 작가, 십여 편의 장단편을 통하여 숨은 괴물체와 음산한 공포를 독보적인 실체성과 사실적인 정확성으로 그려낸 이 작가의 재능에 근접할 수 있다고 희망하는 작가조차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은 아서 매컨에 대한 러브크래프트의 평인데요. 찬사만큼 러브크래프트는 매컨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죠. 이를테면 미스터리의 일부만을 서서히 보여주면서 공포의 대부분은 상상력에 맡기는 러브크래프트의 기법이 아서 매컨에게도 많은 빚을 지고 있는데요.
「샤이닝 피라미드」는 탐정과 호러를 결합하여 오컬트 궤도에 올려놓은 작품인데요. 매컨 식 오컬트 탐정(다이슨)이 나오는 작품 중에 하나입니다. 어느 가을날, 산간벽지에 사는 본이 런던의 다이슨을 찾아오는데요. 본과 다이슨은 친구 사이인데, 본이 일련의 문제 때문에 다이슨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군요. 본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일단 산간마을에서 한 여자아이가 감쪽같이 실종됐다는 것이 그 하나입니다. 이보다 다이슨을 찾게 만든 더 중요한 사건은 본의 집 담장 근처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기묘한 표식들입니다. '부싯돌 화살촉', '그릇', '피라미드', '반달', '아몬드를 닮은 눈'로 이어지는 일련의 표식들은 이상하리만큼 계획적이고 암시적이어서 본이 크게 동요하는데요. 오컬트에 해박한 다이슨이 본의 부탁을 받고 함께 문제의 산간벽지로 향합니다.
이 단편에는 '리틀 피플 The Little People'이 등장하는데요. 리틀 피플은 (꼬마) 요정을 뜻하나, 매컨의 리틀 피플은 귀여움이나 명랑발랄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사악하고 음침한 이미지에 가깝고(로버트 E. 하워드의 ‘뱀 인간’에 더 가깝기도 하고), 그마저도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 드문데요. 리틀 피플이 등장하는 「검은 인장의 소설」, 「붉은 손」등에서도 구체적인 묘사가 적을 뿐더러 각각 다른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이 중에서 가장 구체적인 묘사를 볼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이 「샤이닝 피라미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