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간 나의 먼 길
많은 날들을 글 쓰는 일에 함께 했지만 막상 내 글을 세상에 내 놓으려면 변하지 않은 초라한 내 글의 모습에 부끄럽기만 합니다.
이 땅에서 행복과 평화를 키우며 태양만을 바라보며 80번 가까이 돌면서 이곳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마음은 달빛 받아 아련히 피어나는 초가지붕 위의 하얀 박꽃이지요.
그런데 왜? 가끔은 자꾸만 거꾸로 온 먼 길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일까요?
그래도 변함없이 나는 해바라기로 해를 돌며 어느 봄날 살포시 다가와 내 머리카락을 만져주고 가버리던 바람을 기다리며 살렵니다.
거꾸로 온 먼 내 길도 사랑하며 …….
― 이정님, 책머리글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