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우주야
나는 아무래도 이 책을 육아 에세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무릇 육아 에세이라면 아이를 잘 키우는 법, 좋은 엄마가 되는 법 같은 것이 몇 꼭지라도 있어야 할 텐데, 나는 애초 그런 것 모르기 때문이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나는 마흔두 살, 초고령 혼전임신이라는 대형 사고를 치기 전까지는 세상 잘난 척을 해대던 새침데기 비혼주의자였다. 그야말로 화들짝 아기 엄마가 되고 말았다. 조리원 퇴소 날, 나에게 가만가만 안겨주는 쪼글쪼글한 신생아를 보며 “지금 나더러 얘를 데리고 집에 가라고? 이 무르지도 못할 관계를 이제 어쩌라고?” 하면서 황당해했을 뿐이다. 임신테스트기의 빨간 두 줄을 본 날로부터 이제 10년이 되었다. 아기 우주는 제 아빠를 똑 닮은 얼굴에, 나를 똑 닮은 새침데기로 자랐다. 사춘기가 목전이다. 곧 문쾅의 시대가 도래하겠지. 10년 동안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따박따박 써온 우주의 이야기를 골라 이 작은 책으로 묶었다. 그러니까 이건 절대 육아 에세이가 아니고, 일종의 우정 일지, 전투 일지 같은 거다.
엄마라는 이름이 낯설어 어쩔 줄 모르는 한 여자와 그의 아기라는 것이 통 못마땅하고 어색하지만 이왕 정착한 지구에서 자라고 있는 우주의 동행기, 그런 것이다. 그 동행 중에는 우정도, 전투도 있다는 것. 다만 잊을까 봐 겁먹고 쓴 글이라는 것을 슬그머니 고백한다. 지구인으로 태어난 내가 어느 한 시절 이렇게 기쁘기도 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쓴 책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