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신발
2004년 10월의 마지막 날, 음주운전이 나를 시의 세계로 이끌었다. 자동차 대신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시집을 읽게 되었다. 그때 만난 시는 신세계나 다름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렇게 시를 읽은 세월이 20여 년이 흘렀다.
2016년 여름의 끝날,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뭔가에 홀린 듯 양평으로 이사를 왔다. 산 밑에서 자연인으로 살면서 시인 흉내를 낸 것이 1부와 2부에 실린 글들이다. 추위에 지쳐 읍내로 이사를 와서 쓴 글들은 3부에 실었고, 4부는 지난해 미국여행을 기록한 것이다.
당신이 남긴 오른발자국에 내 왼발을 얹고, 왼발자국에 오른발을 얻는다. 그러면 다음 사람이 진흙 속에서 합장한 손을 보게 되리라. 연꽃은 내내 지지 않고 피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