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의 힘
오늘 산에서 나는 나무의 껍질을 오래 바라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했다. 그저 나무를 감싸고 있는 얇은 외피처럼 보였다. 그러나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전혀 다른 존재였다.
어떤 나무는 거칠었다. 손으로 만지면 상처가 날 것처럼 단단했다. 어떤 나무는 부드러웠다. 마치 헝겊을 감아 놓은 듯 포근했다. 또 어떤 나무는 비늘처럼 겹겹이 쌓여 있었다. 시간이 쌓여 만든 방어의 흔적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껍질의 한 부분을 살짝 떼어 보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그 껍질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여전히 생명이 흐르고 있었다. 수분과 영양이 그 껍질까지 전달되고 있었고 그 껍질은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었다.
그때 한 장면이 떠올랐다. 중세 시대, 전쟁터에 나가는 기사들. 그들이 입었던 갑옷. 비바람과 칼날을 막아내기 위해 자신을 덮었던 단단한 보호막. 나무의 껍질은 바로 그 갑옷이었다. 거센 바람이 불어도 눈보라가 몰아쳐도 나무는 그 껍질 덕분에 서 있을 수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도 이런 껍질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