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진실만을
「오로지 진실만을 The Truth, the Whole Truth, and Nothing but the Truth」은 로다 브로턴이 1868년에 발표한 자신의 첫 번째 유령 소설이다. 절친 사이인 두 명의 상류층 여성 사이에 오고가는 서간문 형식을 취한다. 빅토리아 시대 일견 번듯하고 평온해 보이는 상류층 여성들의 일상에 숨겨진 공포를 탁월한 감각으로 포착해낸 작가의 대표 단편 중 하나.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한철 동안 머물려는 세실리아, 그녀를 위해 동분서주 집을 알아봐주는 친구 엘리자베스. 예나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 너무 좋은 집이 너무 싸게 나온다면 일단 의심하라. 그런데 의심에 의심을 거듭한 엘리자베스도, 그녀보다 더 의심이 많은 세실리아도 결국에는 이 멋진 집의 너무 싸서 ‘미스터리한’ 집세를 받아들인다. 공교롭게도 세실리아가 메이페어의 그 꿈만 같은 집으로 이사 오기 전, 그 집을 구해준 친구 엘리자베스는 병치레를 한 어린 자식의 요양차 해변 휴양지로 떠난다. 이들의 엇갈린 공간으로 오가는 일상적인 편지는 마지막에 갑작스러운 충격과 공포를 위한 빌드업 과정인 셈.
브로턴은 ‘나중에야 알고 보니 악명이 자자한’ 메이페어의 이집에 나타난 초자연성 자체를 묘사하지 않는다. 그것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묘사한다. 이것은 빅토리아 시대 전형적인 유령 소설의 문법과 다른 차원을 보여준다. 이 초자연적인 존재는 사회적 계급이나 신분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허드렛일을 하는 하녀도 기병대 장교인 건장한 상류층 남자도 공평하게 망가뜨린다.
브로턴이 이 이야기는 실화라고 끝맺음한 부분은 소설적 수사이기는 하나, 이 단편의 소재를 어디서 가져왔는가와도 관련이 있다. 실제로 런던에서 가장 악명 높은 흉가로 알려진 메이페어, 버클리 광장 50번지 건물에 관한 이야기다. 이곳에 출몰해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존재, 흥미롭게도 ‘형체 없는 안개 덩어리’, ‘발톱과 촉수를 지닌 끈적끈적한 액체’ 등으로 묘사됐다. 딱 러브크래프트의 취향이다. 물론 러브크래프트도 적잖은 작가들처럼 이 버클리 광장의 흉가를 자신의 두 작품에 일부 차용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