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쓰레기통
책속에서
p.1
사람은 울면서 태어난다. 그 울음은 단순한 생존 신호가 아니라, 이 세상과 처음 맺는 감정의 계약서 같은 것이다.
p.40
그러나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은 어디에도 내려놓을 수 없다. 그는 그 감정을 “회색”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p.82
실패는 이상한 감정이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움이 왔고, 그다음에는 억울함이 왔고,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남았다. 그는 그 감정의 이름을 몰랐다. 그저 마음 한쪽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남아 있었다.
p.95
그때 배웠던 감정의 위계가 지금의 자신 안에도 조금 남아 있다는 것을. 어떤 감정은 쉽게 표현하고 어떤 감정은 여전히 망설인다.
p.129
그는 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느꼈다. 그 감정은 급하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쏟아낼 필요도 없었다. 그는 나중에야 알았다. 그것은 감정이 아니라 감성이었다. 감정은 반응이고, 감성은 머무름이었다.
p.166
그는 자신의 감정쓰레기통을 떠올렸다. 그 통에는 많은 감정이 들어 있었다. 어떤 것은 이미 잊었다고 생각했던 감정이었고, 어떤 것은 여전히 이름을 가지고 있는 감정이었다.
p.201
나는 감정을 버린 것이 아니라, 나를 비워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