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禍
“『화』의 악몽에 젖어들면서,나는 끝없는 만화경 속을 헤매었다.” _이토 준지(만화가)“극한의 상상력.” _온다 리쿠(소설가)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일본SF대상 사상 첫 동시 수상한 일본 문단의 총아, 오다 마사쿠니10년여의 구상 끝에 마침내 선보이는 압도적 환상과 공포의 세계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기이한 환상과 망상을 그려내는 작가 오다 마사쿠니의 소설집 『화禍』가 검은숲에서 출간되었다. 오다 마사쿠니는 국내에도 소개된 전작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2012)에서 ‘책에도 암수가 있어서 함부로 붙여놓으면 뜻밖의 책이 잉태되고 만다’라는 독특한 설정을 선보이며 “홀린 듯 읽게 되는, 일본식 환상적 리얼리즘의 모범”이란 찬사를 받은 바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상상력과 현실·비현실의 경계를 교묘하게 허무는 탁월한 필력, 환상과 망상을 통해 욕망이나 불안, 공포, 혐오 같은 인간 심연의 원초적 감정들을 수면 위에 드러내는 개성 강한 스타일로 자신만의 확고한 문학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잔월기殘月記』(2021)로 제43회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과 제43회 일본SF대상을 동시 수상하며 최고의 주가를 올린 이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이번 작품에서는 그러한 작가적 기량의 절정을 엿볼 수 있다. 책을 먹고 책 속 환상에 잠식돼가는 남자를 그린 「식서」, 타인의 귓속으로 들어가 기억을 읽고 조종하는 기괴한 능력을 다룬 「미미모구리」, 잘라낸 코를 심어 인간을 재생산하는 「농장」, 머리카락을 신으로 모시는 신흥종교(「머리카락 재앙」), 바이러스처럼 사람 간 접촉으로 전염되는 노출증(「나부와 나부」) 등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그로테스크한 소재와 이야기들은 언뜻 일본 호러 만화 거장인 이토 준지의 작품이나 오성대 작가의 인기 웹툰 ‘기기괴괴’ 시리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이 소설은 일본 현지에서 이토 준지와 소설가 온다 리쿠를 비롯해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계 인사들로부터 극찬을 받았고, 이례적으로 출간 전 만화화가 결정되면서 한층 기대감을 높였다. ‘머리카락은 신기하다. 지금까지 제 머리에 자라 있던 건데도, 가위로 잘라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꼭 시체처럼 보이니 말이다. (……) 머리카락만이 가진, 그 독특한 죽음의 그늘. 살아 있는 몸에게 배신당해, 산 자의 세계에서 추방당했다는 양, 원망스럽게 흩어진 그 검은 머리카락들.’ _「머리카락 재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