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드로잉이 아니래요
이상홍의 ‘조형드로잉’과 ‘몽블랑드로잉’
류병학 미술평론가
내가 이상홍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2018년 우민미술관의 카페에 마련된 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라라랜드를위한나라는없다』에서다. 당시 그는 크게 두 가지 형식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하나는 피규어 장난감과 각종 오브제 그리고 회화와 드로잉을 접목한 독특한 일명 ‘조형드로잉’이고, 다른 하나는 몽블랑 만년필로 그린 일명 ‘몽블랑드로잉’이다.
2019년 초 태국 매라윙 갤러리(MAE RA WING gallery)에서 한국 & 태국 작가 그룹전 『시간의 질서(The Order of Time)』이 개최한다. 그 그룹전에 이상홍은 초대받는다. 당시 그는 ‘몽블랑드로잉’ 뿐만 아니라 ‘조형드로잉’도 선보였다. 나는 그 그룹전에 평론가로 초대받아 이상홍 작가와 한 달간 룸메이트로 지낸 적이 있다. 당시 나는 그와 적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한 걸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나는 2019년 가을 오픈 스페이스 블록스에서 이상홍의 개인전 『홍살롱 in 블록스』를 기획한다. 당시 그는 ‘몽블랑드로잉’ 뿐만 아니라 ‘조형드로잉’도 선보였다. 머시라? ‘몽블랑드로잉’과 ‘조형드로잉’이 무엇이냐고요? 여기서 말하는 ‘몽블랑드로잉’은 문자 그대로 몽블랑 만년필로 그린 드로잉을 말한다. 그리고 그는 ‘조형드로잉’에 관해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나는 ‘조형드로잉’이라는, 무규칙 이종격투기 같은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질적인 것들의 접목에서 쉽게 발생하곤 하는 ‘소통의 확장 가능성’에 관심이 있다.”
따라서 이상홍이 말하는 ‘드로잉’은 주로 연필이나 목탄 혹은 철필 등으로 음영이나 채색을 가하기도 하지만 주로 선(線)으로 그리는 기존 ‘드로잉(drawing)’ 개념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오늘날 드로잉은 창작의 예비적 단계의 부산물을 넘어 독립된 회화의 한 분야로 인정된다. 하지만 이상홍의 ‘드로잉’은 마치 ‘무규칙 이종격투기’처럼 기존 드로잉 뿐만 아니라 기존 회화에 각종 오브제도 접목한다.
뭬야? 이상홍의 ‘조형드로잉’은 ‘이종격투기(異種格鬪技)’라기보다 차라리 ‘종합격투기(綜合格鬪技)’에 가깝다고요? ‘이종격투기는 태권도 VS 무에타이 혹은 주짓수 VS 유도 등 서로 다른 종류의 무술 간 대결이라면, 종합격투기는 선수가 다양한 격투기 기술들을 이용하여 대결하는 것이다. 이상홍의 ‘조형드로잉’이 다양한 미술 장르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도로잉을 만든 것이란 점에서 ‘종합격투기(mixed martial arts)’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이상홍의 작품 자료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작업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그는 2006년 ‘조형드로잉’과 ‘몽블랑드로잉’을 동시에 작업한다. 따라서 나는 이곳에서 이상홍의 작품세계를 두 파트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하나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제작한 그의 ‘조형드로잉’이고, 다른 하나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작업한 ‘몽블랑드로잉’이다.
이상홍의 ‘몽블랑드로잉’은 지나가면서 중얼거렸듯이 몽블랑 만년필로 그린 드로잉을 뜻한다. 만약 우리가 그의 ‘몽블랑드로잉’ 세계로 한 걸음 들어가고자 한다면, 그의 몽블랑 만년필에 관한 이야기를 지나칠 수 없을 것 같다. 따라서 나는 ‘몽블랑드로잉’ 파트에 이상홍의 작가노트 <몽블랑 만년필 이야기>를 제공해 놓았다.
이상홍의 ‘몽블랑드로잉’뿐만 아니라 그의 ‘조형드로잉’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다름 아닌 ‘별’과 ‘별놈’이다. 도대체 그에게 ‘별’은 무슨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이 궁금증은 ‘조형드로잉’ 파트에 인용한 이상홍의 ‘별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작가노트 <별 세우기>를 읽으면 풀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상홍은 ‘조형드로잉’과 ‘몽블랑드로잉’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일까? 그는 ‘조형드로잉’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는 몽블랑 만년필로 17년간 꾸준히 작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의 작품세계로 한 걸음 들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