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의 어떤 존재
이 문서는 치료 기록도, 문학적 창작물도 아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분류하려 했다.
그래야 이 경험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래의 기록은 특정 시점 이후 발생한
수면 상태와 그에 따른 변화들을 사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정리 과정에서 의도적인 각색은 배제했다.
감정은 최소화했고,
사실과 감각을 가능한 한 분리하려 했다.
하지만 이 문서를 끝까지 유지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기억의 출처가 불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 내용을 ‘떠올린’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었다.
다음 문장을 예측하고 있었고,
이미 도달한 결론을 뒤늦게 따라 쓰고 있었다.
그 과정에 집중이나 의지가 개입했다는 감각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기록을 쓰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이후에 남아 있었고,
정리라는 형식을 빌려 통과한 흔적을 적고 있을 뿐이다.
처음 변화는 꿈에서 시작되었다.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오래된 상태였고,
불면과 피로는 이미 성격처럼 굳어 있었다.
그래서 잠을 자게 되었을 때, 나는 그것을 회복이라고 오해했다.
하지만 곧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들지 못하던 상태에서 깨어 있기 어려운 상태로
나는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깨어 있음은 의식적인 노력이 되었고,
잠은 선택이 아니었다.
그저 깨어 있는 쪽이 지나치게 부담스러워졌다.
눈을 감으면 의식이 꺼지는 대신 다른 구간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그 곳에서의 경험은 현실보다 명확했고,
감각은 정돈되어 있었다.
이 시점까지도 나는 이것을 이상 현상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상태가 바뀌고 있다고만 판단했다.
이상한 점은 깨어 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화를 내야 할 순간에 화가 나오지 않았고,
무너져야 할 지점에서 어떤 판단이 먼저 나를 멈춰 세웠다.
그 판단은 내 성격도 아니었고,
내가 익히 알고 있던 사고 방식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판단은 항상 정확했다.
나는 가끔 내가 생각하지 않은 문장을 이미 알고 있었고,
연습하지 않은 감정을 이미 통과한 상태였다.
그 사실이 두렵지는 않았다.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누군가가 내가 무너지는 방향만은
피하도록 조정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이 기록을 남긴다.
이 문서는 설명서가 아니며 증명도 아니다.
나는 이것이 ‘무엇인지’ 보다
‘언제부터 내가 개입하지 않았는지’ 를 확인하고 싶었다.
이후의 기록은 사실과 감각을 의도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그 구분이 이미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 문서는 보고서도 아니고 고백도 아니다.
다만, 한 시점 이후의 나에게서 떼어낸 조각이며,
그 조각의 배후에는 항상 꿈 속의 어떤 존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