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은 다정해서
사랑과 그리움, 고독과 상실의 감정을 일상의 사물과 풍경 속에 담아낸 서정 시집이다. 시인은 꽃잎, 봄비, 달빛, 골목, 그림자, 아파트, 거미줄 같은 이미지들을 통해 마음속에 남은 미련과 상처의 흔적을 조용히 길어 올린다. 이 시집에서 그리움은 추상적인 감정이 아니라 몸에 스미고, 발끝에 눌러 붙고, 등 뒤에 남는 감각으로 표현된다. 자연과 도시, 빛과 어둠, 사랑과 외로움이 서로 겹쳐지며 사라지는 것들이 오히려 더 깊은 다정함으로 남는 순간을 보여준다. 박석환의 시는 상처를 쉽게 위로하지 않는다. 다만 흔들리는 존재가 흔들리는 채로 오늘을 건너는 모습을 낮고 절제된 목소리로 바라본다. 쓸쓸하지만 따뜻하고, 고요하지만 오래 남는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