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자서전 쓰기 노트
자서전을 쓰는 것은 기억을 기록해서 과거를 보존하고, 기억되고 싶은 모습으로 자신을 기록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마치 단정한 모습을 위해서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과 같이 과거의 시간과 기억을 정리하는 일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은 까마득해져서 정말 있었던 일인가 싶기도 하고, 가장 사랑한 사람과 사랑한 순간이 세월 속에 사라져버리기 전에
기록하는 것은 삶에서 가장 행복하고, 중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유명한 사람이라면, 자신조차 잊었던 어린 시절이나 과거 행보까지 샅샅이 살피고 남긴 유산의 의미까지 다른 이들이 꼼꼼히 살펴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어떤가요. 어느 누구하나 내 삶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직접하지 않으면, 나의 과거조차 조금씩 조각나 소멸됩니다.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내 삶은 그저 잊혀져도 되는 걸까요.
우리의 세월이 어떤 의미가 있었던 걸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스스로 우리의 삶을 돌아보기 전까지는. 마음속에 엉켜붙은 용서, 분노, 미련, 사랑 같은 것, 평생 담고 살아왔던 것을 정리해서 내 삶을 똑바로 정의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입니다.
삶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스스로를 갉아먹던 분노나 미련 같은 것을 치워버리고 더 이상 고통받지 않을 수 있으며,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이해할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나 같이 잘나지도 못한 사람이 무슨 자서전이냐’며 시큰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주목받지 못하고, 한시도 편한 세월을 보내지 못한 ‘나 같이 잘나지도 못한’ 평범한 사람일수록 자서전을 써야 합니다.
인생은 결과가 아니고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삶의 모든 순간에 결과로 저울질 당했지만, 다행히도 인생 전체로 보면 삶은 결과가 아니고 과정으로 채워집니다.
얼마나 성공했든 부자든 실패했든 가난하든 스스로 돌아보는 자서전 안에서 마주하게 될 나 자신은
스스로 떳떳했는가. 양보하고 이해했는가, 행복했는가와 같은 세상과는 조금 다른 기준으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30개의 질문들은 철학적이거나 어려운 질문이 아닙니다.
그저, 어떻게 살아왔냐는 기억을 되살려 줄 평범한 질문입니다.
이 질문들을 단서로 삼아 울음을 삼켰던 시절을 기억하며 다시 울고, 행복한 줄도 몰랐던 시절을 기억하며 모자란 웃음을 웃으면서 지난 세월을 다시 살기를 바랍니다.
인생을 쓰는 것은 아픕니다.
그러나 가슴시리게 아릅답습니다. 우리의 지난 시절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기록하면서,
사느라 놓쳤던 눈물과 웃음을 자서전을 쓰는 동안 채워가시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