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몬스터
백화점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화려한 올가미에 얽혀 자유롭지 못한 인간들을 이야기한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2007년 제5회 문학수첩작가상을, 서른 살을 지나서도 여전히 철들지 못하고 무엇 하나 정해진 바 없이 방황해야만 하는 서른셋 여자의 일상을 그린 『쿨하게 한걸음』으로 2007년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굵직한 두 문학상으로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한 서유미 작가의 신작이다.
매일 만 원씩 적선하는 신사에게 한꺼번에 많은 돈을 바라며 탐욕적 상상에 빠진 노숙자,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한 줄의 곡도 쓸 수 없어 절망에 빠진 천재 작곡가 영무, 엄청난 재산과 안정된 직업에도 불구하고 돈에 집착하는 여자 권덕희, 1등의 등만 보며 달려야 하는 만년 2등 마라토너, 최고의 미모가 유일한 자산이었지만 노화로 인해 몰락한 톱스타 여배우 혜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인격적인 모독을 퍼붓는 남자를 죽이고 싶은 아르바이트생 수호까지, 서유미는 다양한 군상의 인물들을 파노라마처럼 연결시키며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욕망의 빛과 그림자를 이야기한다.
서유미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군상의 인간들은 모두 버릴 수 없는, 점점 더 커져가는 욕망을 안고 있다. 절박한 생존의 욕망, 미학적 욕망, 화폐를 향한 욕망, 세속적 욕망 등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은 각기 다르지만 그것이 점점 커져가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는 처절한 자학으로, 나아가 타인에게는 잔혹한 공격으로까지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