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고백
“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번에 새로 추가한 러브크래프트 서클의 “시와 에세이”는 말 그대로 소설 외적인 시와 논픽션을 소개합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시는 소설에 비해서 주목도는 낮지만 시적 함축과 상징으로 크툴루 신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훌륭한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에세이는 자전적 요소, 여행, 편지, 일상은 물론 핵심 문학론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자료들인데요.
오늘 소개하는 「불신의 고백 A Confession of Unfaith」은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전체 에세이가 주는 첫 인상은 시종일관 진지함일 것 같습니다. 때때로 썰렁한 유머는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진지함이 지나쳐서 실소를 자아내게 만들기도 합니다. 철학이나 문학론이 아닌 일상적인 에세이 이를테면 개와 고양이 중에서 왜 고양이를 더 좋아하는가 등의 주제를 다룰 때도 러브크래프트는 역사와 철학, 미학까지 동원하는 등 어지간히 진지한데요.
「불신의 고백」도 다르지 않습니다. 조숙했던 유년부터 삼십대 초중반까지를 돌아보는 짧은 비망록 형태인데, 이미 크툴루 신화의 코스미시즘을 비롯해 작가 특유의 핵심 세계관이 확립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러브래크프트의 삶과 문학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 중에 하나로 평가받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