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그혼
「포그혼 The Foghorn」(1933)
무대는 20세기 초, 샌프란시스코 만과 골든게이트 해협(금문해협). 괜찮은 집안의 똑똑하고 독립적인 여자가 있다. 나이는 스물 넷. 그런데 그녀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다. 죄지은 연인들처럼 남의 눈을 피해 어두운 구석과 비밀의 방을 찾아다니며 사랑 행각을 벌이고 싶지 않은 여자.
그러나 남자는 아내와 이혼하지 못하고, 그녀를 포기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결국 유럽으로 사랑의 도피를 선택한 두 사람. 그들은 즉흥적으로 보트를 타고 골든게이트 해협으로 나간다.
고딕 소설은 특성상 안개를 좋아한다. 그 안개 속의 충돌을 경고하는 포그혼(고동 또는 무적). 안개 자욱한 해상에서 두 사람의 보트를 향해 들려오는 운명의 소리… 그 소리를 기억해내는 여자, 그녀의 파편화된 의식이 깨진 유리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 조각난 자신의 기억을 맞춰보려는 여자, 그런 그녀의 불완전한 기억을 따라가는 독자 모두 흔쾌하지가 않다.
서머싯 몸이 극찬했다는 작품이다. 켜켜이 쌓아가는 긴장과 점점 벌어지는 정신의 균열 덤으로 반전이라면 반전까지 샬럿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와 비견되기도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