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불확실한 상속녀The Uncertain Heiress」는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이자크 디네센이 쓴 잭 더 리퍼 단편이다. 주류 문단에서 각광을 받던 작가와 펄프 잡지에서 부활하던 잭 더 리퍼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흥미롭다.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The Saturday Evening Post》(1949년 12월 10일)에 발표됐는데, 정작 작가 본인은 이 작품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의 유명한 단편 「바베트의 만찬」이 거절당하고 그 대신에 선택된 작품이 이 「불확실한 상속녀」라고 한다. 이 단편은 나중에 「세네카 삼촌Uncle Seneca」으로 제목이 바뀌어 작품집에 수록되었다.
이 작품에서 멜파머니는 가난한 연극배우이자 자존심이 강한 아버지와 부자인 이모 사이의 갈등 한복판에 있다. 이야기는 멜파머니가 이모의 대저택으로 초청을 받으면서 전개된다. 표면적으로 멜파머니는 아버지의 복수를 떠맡은 대리자이자 세네카 삼촌의 중의적이고 모호한 범죄 고백(자신이 잭 더 리퍼라는)을 들어주는 대상이다.
복선을 감안하더라도 잭 더 리퍼를 다루는 방식이 모호해 보일 수 있다. 공포를 원하는 독자들에겐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반면에 공포가 아닌 방식으로 잭 더 리퍼를 다루는 대가의 색다른 일면을 접하기에는 좋은 작품이다.
저자소개
저자 : 이자크 디네센
본명은 카렌 블릭센(Karen Christenze von Blixen-Finecke). 덴마크 코펜하겐 인근 룸스테드룬드 출신의 세계적 작가. 영미권에서 필명 이자크 디네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디네센은 1885년에 군인이자 정치가인 아버지와 부유한 집안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의 이혼 후 엄한 분위기의 외가에서에서 성장하면서 자유에 대한 열망이 커졌고, 화가를 꿈꾸기도 했다. 케냐에서 결혼하고 나이로비 인근에서 커피 농장을 시작했다. 1925년 이혼한 남편에게서 옮은 매독이 그녀를 평생 괴롭혔다. 커피 농장의 실패와 연인 피치 해튼의 사고사까지 겹치자 그녀는 1931년 아프리카를 떠나 덴마크로 귀국한다. 이후 집필에 몰두하고 이자크 디네센이라는 필명으로 『일곱 개의 고딕 이야기Seven Gothic Tales』를 발표하고 호평을 얻었다. 이어서 아프리카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로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두 차례 노벨상 후보에 올랐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는데, 수상자들은 헤밍웨이와 존 스타인 벡이라는 쟁쟁한 작가들이었다. 『겨울 이야기』, 영화화된 「불멸의 이야기」와 「바베트의 만찬」이 포함된 단편집 『운명의 일화Anecdotes of Destiny』 등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역자 : 정진영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상상에서는 고딕 소설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잿빛의 종말론적 색채를 좋아하나 현실에서는 하루하루 장밋빛 꿈을 꾸면서 살고 있다. 고전 문학 특히 장르 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기획과 번역을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려고 노력 중이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무명작가와 작품을 재조명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스티븐 킹의 『그것』, 『러브크래프트 전집』, 『세계 호러 걸작선』, 『뱀파이어 걸작선』, 『펜타메로네』, 『좀비 연대기』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