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길들이기
작품소개
400년 전 작품이 지금 이렇게 재미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처음 접한 독자들은 대개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이게 정말 400년 전 작품이야?" 그렇다. 이 작품은 1590년대에 쓰였지만, 마치 어제 쓰인 것처럼 생생하고 현재적이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인간의 본성은 400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과 질투, 권력과 복종, 진심과 가식, 그리고 남녀 간의 미묘한 심리전. 이 모든 것들이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매일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겉으로는 성격 강한 여성 카테리나가 남편 페트루키오에 의해 '길들여지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과연 누가 누구를 길들이고 있는 걸까? 정말 카테리나가 순종하게 된 걸까, 아니면 더 교묘한 게임을 하고 있는 걸까?
시중에 셰익스피어 번역서는 많다. 그런데 왜 또 다른 번역서가 필요할까? 이 책은 단순한 번역서가 아니다. 의역서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기존 번역서들은 원문의 언어적 특성을 최대한 보존하려 한다. 하지만 그 결과 현대 독자들에게는 여전히 어렵고 딱딱한 문체가 된다. 이 의역본은 다르다. 셰익스피어의 극적 언어와 시적 아름다움은 살리되, 21세기 한국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완전히 새롭게 쓰였다.
무대에서 배우들이 실제로 말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대화, 각 인물의 성격이 살아 숨 쉬는 개성 있는 말투, 그리고 셰익스피어 특유의 재치 있는 언어유희까지. 모든 것이 현대 한국어로 생생하게 재탄생했다.
카테리나는 매혹적인 인물이다. 그녀를 단순히 '말괄량이'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입체적이다. 그녀의 거친 언사와 반항적 태도 뒤에는 어떤 상처와 외로움이 숨어 있을까? 왜 그녀만 결혼을 못 하고 있을까? 정말 성격이 나빠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페트루키오와의 첫 만남에서 보여주는 카테리나의 언어적 재치를 보면, 그녀가 결코 단순한 인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녀는 페트루키오의 말장난에 즉석에서 더 기발한 말장난으로 응수한다. 이런 여성이 정말 단순히 '길들여질' 존재일까?
페트루키오도 흥미진진한 캐릭터다. 그는 카테리나를 '길들이기' 위해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한다. 결혼식에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나타나 모든 사람을 당황시키고, 결혼식 직후 아내를 데리고 떠나며, 집에서는 음식도 주지 않고 잠도 재우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묘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카테리나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 대신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카테리나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이것은 단순한 강압이 아니라 고도의 심리전이다.
많은 독자들이 놓치는 인물이 바로 비앙카다. 카테리나의 동생인 그녀는 겉으로는 순종적이고 완벽한 여성으로 보인다. 모든 남자들이 그녀에게 구애하고, 아버지도 그녀를 더 사랑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비앙카의 행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그녀는 겉으로는 아버지와 구혼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얻어낸다. 그녀야말로 진정한 전략가가 아닐까? 카테리나가 정면돌파를 시도했다면, 비앙카는 우회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이 작품을 21세기 한국에서 읽는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권력 관계를 경험한다. 누군가는 카테리나처럼 정면으로 맞서고, 누군가는 비앙카처럼 우회한다. 또 누군가는 페트루키오처럼 상황을 주도하려 한다.
젠더 이슈가 뜨거운 화두인 지금, 이 작품은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현재적 텍스트로 읽힌다. 페트루키오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카테리나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런 질문들은 독자 각자의 몫이다.
이 의역본의 또 다른 매력은 셰익스피어의 언어적 재능을 한국어로 생생하게 재현했다는 점이다. 원문의 말장난, 이중의미, 시적 표현들이 한국어의 맥락에서 새롭게 창조되었다.
예를 들어 카테리나와 페트루키오의 첫 만남에서 벌어지는 '말벌(wasp)'과 '침(sting)'을 둘러싼 언어유희는 한국어로 완전히 새롭게 재창조되어 원문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이것이 바로 의역의 힘이다.
이 책에는 작품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 포함되어 있다. 단순히 줄거리를 요약하는 수준이 아니라, 작품의 역사적 배경,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동기, 주요 주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까지 담고 있다.
특히 현대적 관점에서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제시한다. 페미니즘적 관점, 사회학적 관점, 심리학적 관점 등을 통해 이 400년 된 작품이 어떻게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 있는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있다. 카테리나와 페트루키오의 설전은 한 편의 뛰어난 코미디를 보는 것 같고, 비앙카를 둘러싼 구혼자들의 경쟁은 흥미진진한 연애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읽고 나면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남는다. 결혼이란 무엇인가? 사랑과 권력의 관계는 어떠한가?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 개인과 사회의 기대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 것인가?
이 책은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원문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적 거리감을 좁히며, 현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그 결과 셰익스피어가 더 이상 어렵고 딱딱한 고전 작가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이야기꾼으로 다가온다.
4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에게 웃음과 감동, 그리고 깊은 성찰을 주는 이 작품을 만나보라. 당신은 분명 셰익스피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 이 책은 수익금의 일부를 어린이재단에 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