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 박과 호박
찬바람이 온 세상을 쓸어가고 서리까지 풀 속에 나려 시들게 하는 때엔 박은 먼첨 없어지고 호박은 아주 큰 몸뚱이를 주체스럽게 넌출에 매달려 숨만 씨근거리고 있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 뜰 앞 오동나무에 남은 열매가 찬바람에 방울 소리를 내는 겨울, 이 집 부엌에 오늘 밤에는 떡을 시루에 찌려고 호박은 토박토박 썰리어 소구리에 담겨 나왔고 박은 댕글댕글한 새 바가지로서 살강에 얹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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